"자장면·칼국수 사먹기도 겁난다"…먹거리 가격에 '비명'

입력 2023-10-31 21:00   수정 2023-10-31 23:50


“점심을 매일 밖에서 사먹으려니 제일 만만한 칼국수, 자장면 값도 만원은 하더라고요. 지갑 열기가 무서울 정도입니다.”

서울 소재 중소기업에 다니는 임모 씨(37)는 최근 들어 점심 도시락을 싸다니기 시작했다. 회사 주변 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하려니 매일 1만원 안팎 비용을 지출하게 돼서다. 다달이 갚아나가는 주택담보대출 이자만 해도 부담이 큰데 점심값이라도 아끼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하루에 만원씩만 아껴도 한 달에 20만원 정도는 절약할 수 있다”면서 “성과급도 잘 나오지 않아서 씀씀이를 줄일 수밖에 없다. 매일 집에서 먹던 음식을 조금씩 싸갖고 다니면 시간도 크게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민 물가’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고금리로 가뜩이나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상황에서 물가 부담마저 커지면서 민간 소비가 얼어붙었다. 최근 햄버거, 맥주, 소주 가격이 잇달아 인상된 것은 물론이고 원재료인 우유, 설탕, 소금값이 잇따라 오르면서 먹거리 물가가 다시 뛸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31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전체 가구의 처분가능소득은 평균 383만1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 줄었다. 처분가능소득은 전체 소득에서 이자와 세금을 뺀 여윳돈을 말한다.

가구가 소비?저축에 쓸 수 있는 돈은 줄었지만 생활과 밀접한 먹거리 물가는 같은 기간 크게 상승했다. 가공식품과 외식 부문의 2분기 물가 상승률은 각각 7.6%, 7.0%였다.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 평균(3.2%)을 두 배 이상 웃돈다. 먹거리 물가 부담이 다른 품목보다 크다는 뜻이다. 외식 부문의 경우 39개 세부 품목 모두 가격이 뛰었다. 햄버거가 12.3% 상승했고, 이어 피자(11.9%)와 김밥(9.6%), 라면(9.2%) 순이었다.


대형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줄줄이 가격 인상 대열에 합류했다. 대표적으로 햄버거 가격 도미노 인상이 현실화되는 분위기다. 맥도날드는 다음 달 2일부터 빅맥을 포함해 총 13개 메뉴의 가격을 평균 3.7% 올린다. 대표 메뉴인 빅맥 한 개 가격이 5200원에서 5500원으로 오른다.

맥도날드는 올해 2월에도 일부 제품 가격을 평균 5.4% 올린 바 있다. 불과 8개월 만에 가격 인상에 다시 나서는 것. 맥도날드 관계자는 “원·부자재 가격과 물류비 상승 등이 이어지며 가격 인상이 불가피했다”고 했다. 올 초 가격을 올렸던 맘스터치도 31일부터 닭가슴살 패티를 사용하는 버거 4종의 가격을 300원씩 올린다. 역시 올초 가격을 인상했던 롯데리아, 버거킹, 노브랜드버거 등은 현재 인상 계획이 없다고 밝혔지만,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한 곳이 가격을 올리면 경쟁사들도 뒤이어 인상하는 경향이 있다.

맥주와 소주 가격도 고공행진 중이다. 오비맥주는 지난 11일부터 카스와 한맥 등 주요 맥주 제품의 공장 출고가를 평균 6.9% 올렸다. 오비맥주가 국산 맥주 제품 가격을 인상한 것은 지난해 3월 이후 19개월 만이다. 통상 맥주 출고 가격이 5%가량 오르면 일반 음식점에선 소비자 가격을 1000원씩 인상하는 경향이 있다. 오비맥주는 올해 4월 버드와이저 등 주요 수입맥주 가격을 평균 9.1% 인상한 바 있다. 당시 카스 등 맥주의 경우 가격을 올리지 않는 대신 대형마트용 실속팩 용량을 375mL에서 370mL로 줄였다.


뒤이어 하이트진로도 소주 출고가 인상 계획을 발표했다. 하이트진로는 다음달 9일부터 참이슬 후레쉬와 참이슬 오리지널 출고가를 6.95% 올린다. 360mL병과 1.8L 미만 페트류가 인상 대상이다. 담금주용으로 사용되는 1.8L 이상의 페트류 제품과 일품진로 등은 이번 인상에서 제외했다. 맥주 가격에 이어 소주 가격까지 오르면서 소맥(소주+맥주)파들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더 커질 전망이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연초부터 소주의 주원료인 주정 가격이 10.6% 인상되고 신병 가격은 21.6%나 인상되는 등 원부자재 가격, 물류비, 제조경비 등 전방위적으로 큰 폭의 원가 상승 요인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흰우유를 비롯한 유제품 가격 역시 일제히 올랐다. 올해 원유 가격 인상에 따라 서울우유협동조합을 시작으로 매일유업, 남양유업 등 유업체들이 최소 3%에서 11%까지 값을 조정했다. 커피와 빵 프랜차이즈 업체들 역시 치솟은 우윳값이 오른 데 따른 가격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우윳값 인상 이후 아이스크림·빵 가격이 각각 6%대, 20%대로 오른 바 있다. 남양유업의 '백미당'이 지난 1일 커피와 아이스크림 등 34개 메뉴의 가격을 최대 500원 올리면서 '밀크플레이션'의 신호탄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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